태형의 꿈은 만화가였다. 만화가였다가 선생님이었고, 그러다 요리사였다가 가수가 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문방구 사장님일 때도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여름, 같은 반 친구가 수영을 배우러 수영장에 다닌다고 했고 수영이 유행했다. 그때 태형은 그 나잇대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피아노를 열심히 배우고 있었는데(이때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엄마를 졸라 수영장에 다...
윤기는 취업 석 달째, 본인의 위치가 굉장히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닥터는 절대 아니고, 물리치료사라고 하기에도 좀 그랬다. 물론 처음에 집에 전화해서는 엄마 그 김태형 알지, 어, 엄마가 아들 삼고 싶다던, 어, 나 그 사람 전담 물리치료사로 취직했어, 진짜야, 뭘 사기를 당해, 얼굴 직접 보고 계약했는데, 아니야, 몰라, 내가 마음에 든대, 진짜거든? 하...
환승역의 혼잡함도, 학교 앞 역에 내리면 볼 수 있는 비둘기 떼도, 학교 앞 카페의 맛없는 천오백 원짜리 아메리카노도, 복학생이라는 타이틀도,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지 매번 술 먹자고 연락하는 군대 선임도, 교수의 애제자라는 신분도, 금요일 공강의 시간표이지만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현실도, 적성엔 맞지 않는데 성적은 잘 나오는 전공도…. 윤기는 모든 게...
군인 민윤기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은 적이 한순간도 없다. 윤기는 태형의 이웃이었고, 과외 선생이었고, 가족이었고, 형제였고, 가장 친한 친구였고, 연인이었다. 민윤기는 김태형의 전부였다. 어촌에서 바다의 소금 냄새와 비린내를 맡으며 자란 태형과 윤기는 함께 서울에 왔다. 태형은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다녔고 윤기는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정부군 고시에 매달렸다....
여러 번의 탈색과 염색 때문에 머리카락이 많이 상했다. 인형 머리에 달린 플라스틱 머리카락처럼 뻣뻣하게 엉키고 늘어나는 머리카락을 털며 거울을 본다. 거울에 물 튀잖아. 하얀색 반소매 티셔츠에 회색 반바지를 입고 엎드린 채 트위터에 올라온 직캠을 보던 윤기가 고개를 돌려 태형에게 잔소리한다. 씻고 나와서 입은 티셔츠의 긴소매로 거울을 한 번 쓱 닦은 태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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